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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뿌리

토르: 러브 앤 썬더, 2022 감상평

by 삼쓰남 2022.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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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지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떠오르는 감상을 간단히 정리해본다.

 

우선 개인적으로 마블 MCU의 영화는 초기의 딱 두 편(인크레더블 헐크와 캡아 1편) 빼고는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는 나오는 데로 보고 있고.

좋아하는 시리즈이니만큼 신작 예고편이 나올 때마다 떡밥 분석 영상도 찾아보며 덕질을 하는 편인데.

기대가 너무 큰 걸까. 엔드 게임 이후 점점 아쉬워지는 퀄리티의 영화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았던 이터널스도 기존 MCU 영화 대비 아쉬운 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우리 햄식이와 와이티티의 조합이면 안전빵이지 싶었는데.

정말 안전빵에 그치고 말았다.

아니, 가장 오래 이어진 시리즈인 토르, 그것도 주연배우와 감독이 3편에서 보여줬던 재미를 생각하면 아쉽기 그지없는 작품이었다.

 

비단 나만 그렇게 본 것이 아닌듯하다.

월 4일 기준 주요 영화 사이트 평점을 보면 아쉽기 그지없다.

구글 평점도 3.4이고, 네이버 평점은 6.74이다.

 

로튼 점수가 65%면 망작은 아니지만, MCU인걸 생각하면...

참고로 총 29편의 MCU 영화 중 끝에서 두 번째다.

그 밑은 돈리가 출연한 이터널스. (47%로 매우 썩었다;;)

29개 영화 중 28위 ㅠㅠ

바로 위가 토르: 다크 월드인데... 햄식이 눈물 닦아 ㅠ

 

그럼 왜 아쉬웠는가를 좀 생각해보겠다. (스포일러 有)

 

 

토르: 러브앤썬더는 사실 MCU 영화 중에 가장 웃긴 영화다.

토르: 라그나로크도 정말 약 빨고 만들었구나 싶게 웃긴 포인트가 많았는데 이번 작품은 그 코믹함이 더하다.

특히 자이언트 염소들의 활약은 영화가 끝나고도 계속 생각날 정도.

 

그럼 코믹해서 문제였나? 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토르'라는 캐릭터는 꾸준한 빌드업을 통해 코믹한 기믹이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초반부터 백치미가 좀 있는 편이었지만, 라그나로크에서 완전히 방향을 잡은 느낌.)

때문에 전편을 봐온 관객이라면 토르와 주변 인물의 개그에 위화감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가끔 너무 나갔다 싶은 장면이 있긴 하지만 (제우스의 번개 쇼나 만두의 신 바오즈...)

대체로 개그 타율도 높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게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웃긴 장면 몇 개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다.

특히 개그가 쉴새없이 이어지다 보니 캐릭터에 감정 이입할 틈이 없다.

토르는 인피니티워와 엔드게임에서 엄청난 실패와 트라우마를 겪었다. (동생도 잃고 타노스의 스냅도 못 막고)

그래서 의욕을 잃고 살이 찌는 등 복잡한 심경의 변화를 거친 인물로 나온다.

 

그런데 이번 러브앤썬더에서는 그런 면이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물론 초반에 살이 쪘던 것이 개그 요소로 활용되고, 토르가 전반적으로 목표를 잃고 해탈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끊임없는 개그의 향연으로 그런 '고민'과 '내적 갈등'은 금방 잊혀진다.

관객이 그들의 고민과 내적 갈등을 공감해야 감정 이입이 이뤄지는 건데 러브앤썬더는 이걸 실패했다.

 

또한 제인 포스터가 마이티 토르로 복귀했지만.

그녀가 다른 캐릭터와 함께 나오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도 개그로 점철되어 있다.

두 주인공이 함께 있을 때는 무슨 80년대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어색한 분위기/개그/클리세로 범벅이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수년만에 만난 두 주인공의 감정 변화는 물론 암으로 죽어가는 제인의 '고민'과 '내적 갈등'이 쉽사리 다가오지 않는다.

제인 포스터(그리고 나탈리 포트만)라는, MCU와 토르의 초반 성공에 크게 기여한 캐릭터의 마지막을 보여주기엔 너무 가볍기만 한 느낌이랄까.

크리스틴 팔머(레이첼 맥아담스)와 닥터의 회자정리를 매우 잘 보여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물론 영화 자체는 닥스2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너무 진지한 영화도 별로겠지만 (토르: 다크 월드...)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까지 방해할 정도로 과도한 개그는 아쉬운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토르가 딱히 강해지지 않는다는 점.

MCU가 다양한 장르를 배합해서 히어로의 여러 가지 요소를 다뤘지만 결국은 히어로 영화다.

그리고 히어로 영화에서 관객은 히어로의 성장을 기대한다.

당연히 내면적 성장도 성장이고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능력이 강해지는 게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토르가 딱히 강해지지 않는다.

원래 신이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꾸준히 강해져 왔으니 계속 성장시키기 어렵겠지만.

새로운 능력을 얻는다거나 하는 게 없어서 아쉬웠다. (마이티 토르가 묠니르로 새로운 액션을 선보이고, 제우스의 번개는 발키리가 쓰니...)

주변 인물들과의 공조를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토르가 강해지고 멋지게 성장하길 응원하는 관객으로서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번 토르는 관객의 감정이입을 방해함으로써 캐릭터의 내면적 성장을 잘 전달하지 못했고.

새로운 능력의 부재로 외적인 성장마저도 어필하지 못한 우를 저질렀다.

 

마지막으로 이번 토르는 스토리의 진행이 거의 없다.

무슨 말이냐면.

MCU 전체 흐름에서 토르: 러브앤썬더를 쏙 빼버려도 이야기 연결에 지장이 없다는 점이다.

(새로 소개된 캐릭터를 향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아마도 토르 5에서나 다뤄지지 않을는지.)

모든 MCU 영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토르 시리즈 정도 되면 앞선 스토리를 마무리 짓든지, 향후 스토리의 복선을 깔든지 했어야만 했다. (닥스2가 멀티버스를 소개한 것처럼)

 

볼 때는 정신없이 웃기지만, 다 보고 나면 그래서 내가 뭘 본 거지? 이게 MCU 흐름이랑 무슨 상관이지? 싶은 영화라는 말이다.

 

이외에도 악역의 활용이라든가(배우 역량에 비해서 캐릭터가 약했다) 주변 인물 활용에도 아쉬운 점은 많았지만, 앞선 단점들보다는 덜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그래도 이번 영화를 극장에서 본 걸 후회하진 않는다.

시원시원한 액션, 맛깔난 개그, (아쉽긴 하지만) 제인 포스터의 퇴장, 그리고 끝내주는 OST를 감상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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