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에서 만들고 스트리밍 채널 Hulu에서 방영 중인 The Bear의 추천이 떴을 때.
처음 제목을 보고 망설였다.
곰? 자연에서 살아남는 사람들 얘기인가? 레버넌트 같은 거? 굳이 그런 얘기를 드라마로 봐야 하나?
그러다 포스터를 보고 다시 망설였다.
응? 앞치마? 식당에서 벌어지는 코미디 시리즈인가?? (실제로 장르는 코미디로 되어 있다)
정말 어떤 내용이 다뤄지는지 감이 1도 오지 않는 제목과 포스터 때문에 망설였지만,
워낙 좋은 평가를 받는 드라마라 시간을 내서 첫 화를 봤다.
그리고 며칠 동안 짬이 날 때마다 보면서 순식간에 정주행 해버렸다.
더 베어는 시카고의 한 샌드위치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구글에 소개된 글을 대충 의역해 보자면.
A young chef from the fine dining world comes home to Chicago to run his family sandwich shop after a heartbreaking death in his family. A world away from what he's used to, Carmy must balance the soul-crushing realities of small business ownership, his strong-willed and recalcitrant kitchen staff and his strained familial relationships, all while grappling with the impact of his brother's suicide. As Carmy fights to transform both the shop and himself, he works alongside a rough-around-the-edges kitchen crew that ultimately reveals itself as his chosen family.
파인 다이닝에서 잘 나가던 젊은 셰프가 가족원이 죽는 비극적인 사고 이후 가족이 운영하던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시카고로 돌아온다. 완전히 다른 낯선 환경에서 주인공(Carmy 카르미)은 소상공인으로서의 냉혹한 현실, 고집 세고 말 안 듣는 직원들, 그리고 망가진 가족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만 한다. 그것도 형의 자살로 인한 충격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카르미가 그의 가게와 스스로를 변화시키려 노력하면서, 그는 모난 식당 직원들과 함께 하게 되고 결국 그들을 그의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를 곁들인 설명이다.
위의 소개글을 보면 알겠지만, 그야말로 막장이라 보이는 환경에 처해진 주인공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슐랭급 식당에서 수셰프로 근무하던 주인공이 망해가는 시카고의 샌드위치 사장을 전락한 것이 바로 막장인 것이니까.
그런데 드라마는 초반에 주인공이 그렇게 시궁창으로 빠지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찌 보면 필요한 듯 하지만 지루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과감하게 보여주지 않고, 바로 망해가는 식당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이 드라마의 미덕이 드러난다.
군더더기가 없다.
에피소드 당 길이가 약 30분인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총 8편)
편집도 빠르고 구차한 배경 설명이나 불필요한 로맨스 따윈 없다.
인물들끼리 계속 싸우고 사고 치고 수습하고 성공했다가 실패했다가 난리 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동료애 혹은 가족애를 속도감 있게 보여준다.
드라마 배경도 거의 대부분 샌드위치 레스토랑 (주로 주방)에서 펼쳐지는 얘기라서 집중이 잘 된다.
온전히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몰입되게 만들고, 주변 인물들과 성장하는 과정에 집중하게 만드는 구성인 것이다.
간간이 나오는 요리 장면이나 설명 씬도 음식이나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훅 빨려 들게 만든다.
가끔 시즌을 늘리기 위해 떡밥을 회수하지 않는 미드도 많은데 더 베어는 시즌 하나로 내용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물론 시즌1이 성공했으니 어떤 식으로든 시즌2가 나올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 정도 완성도라면 시즌2를 환영한다.)
이런 웰메이드 드라마가 다들 그러하듯
인물 간의 관계도 쫀쫀하다.
허투루 나오는 캐릭터가 없고 다들 사연이 있고 함께 성장한다. (그러면서도 질질 끌거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서로 잡아먹을 듯 싸우다가도 결국 식당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진짜 가족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연기는 물론 탁월하다.
주인공 카르미 역의 제레미 엘런 화이트는 특히 발군.
마치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에 쩔어서 번아웃된 셰프를 캐스팅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보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특히 마지막쯤에 나오는 독백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조연들도 훌륭해서 리치 역이나 시드니 역은 다른 배우가 대체할 수 없었을 것 같은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또 잠깐이지만 형으로 출연하는 우리의 퍼니셔 존 번털도 아주 훌륭한 캐스팅이었다.
나만 재밌게 본 것이 아닌 듯 평점이 매우 높다.
로튼은 100%이고, 관객 리뷰도 좋다.
좋은 작품은 누가 봐도 티가 나는 법이니까.
더 베어를 다 보고 나면 시카고에 가고 싶어 진다.
시카고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The Bear 식당에 가서 카르미가 만들어주는 샌드위치를 먹어보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그 식당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힘든 삶을 견뎌내고 행복하길 바라게 된다.
당연히 허구인 줄 알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게 바로 명작의 힘이 아닐까.
한국에서 방영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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