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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열매

MBA의 시대는 끝났는가?

by 삼쓰남 2022.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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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MBA)의 효용성에 대한 논의는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왔습니다.

(MBA를 굳이 우리말로 하면 경영학 석사일까요?)

 

MBA는 2년 동안 비싼 등록금을 내는 반면, 다른 석사 학위에 비해 엄청난 전문성을 기르는 것도 아니고 졸업생도 엄청 많아서 희소성이 떨어지죠.

더군다나 해외 MBA는 이미 사회생활을 최소 2-3년 동안 한 사람이 받는 교육이라 돈을 벌다가 다시 학생(이라 쓰고 백수라 읽는) 신분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이 발생하죠.

 

그런 맥락에서 이번에 WSJ에서 관련 기사가 떠서 몇 자 적어봅니다.

기사의 제목은 "The Job Market Is a Problem for Harvard, Wharton, Other Top M.B.A. Programs".

즉, "취업 시장이 하버드, 와튼 등 상위 MBA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입니다.

 

https://www.wsj.com/articles/the-hot-job-market-is-a-problem-for-harvard-wharton-other-top-m-b-a-programs-11664888678

 

The Job Market Is a Problem for Harvard, Wharton, Other Top M.B.A. Programs 

More young professionals say no to business school this year.

www.wsj.com

 

일단 본 기사는 미국 대학 및 MBA 과정에 대한 얘기인 점 감안해주세요.

 

우선 제목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죠.

취업 시장이 문제라고?

네, 문제입니다. 너무 좋아서 문제죠.

 

미국 취업 시장은 코로나 빙하기를 지난 후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현재 8월 기준 미국의 실업률이 3.7%인 것을 보면 헛웃음이 절로 나오죠.

미국처럼 큰 나라의 실업률이 3.7%라니..

가장 최근에는 실업자 수당 청구 건수가 좀 늘어난 것 같긴 합니다만, 여전히 엄청난 상황입니다.

8월 기준으로 역대급으로 낮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전례' 없지는 않습니다. 바로 코로나 직전의 상황이죠.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 미국의 실업률은 3.5%였습니다.

그때는 어느 식당을 가도, 어느 가게를 가도 "We are hiring!"이란 구인 공고가 붙어 있었죠.

그걸 보면서 '역시 미국이란 나라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코로나 시절에 어쩔 수 없이 실업자가 대량 발생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었죠.

위의 차트에서 코로나 당시의 피크를 빼면 그대로 그래프가 연결되는 게 흥미롭습니다.

 

요즘 FED가 인플레이션 잡는다고 실업률을 올리려 애쓰고 있는데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이런 초저 실업률 현상은 단지 인플레이션이나 경제 활성도보다는, 미국의 고질적인 경제 규모 대비 경제 활동 인구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이처럼 미국의 취업 시장은 (현재까지는) 매우 좋습니다.

실업률이 낮다는 얘기는 기업들이 새로운 인재를 구하기 힘들다는 얘기이고, 사람을 구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올라간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결국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죠. 

미국의 평균 시급 통계입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코로나 이후 상승폭이 가팔라졌네요.

 

물론 거시적인 얘기고, Meta를 비롯한 많은 Big tech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얘기하고 있고 실제로 행하고 있긴 하죠.

 

이렇게 임금이 계속 상승하고, 앞으로 취업 전망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니까 (적어도 작년 말 올해 중순까진)

MBA를 지원할 나이대의 사람들이 고민하게 됩니다.

MBA가 주는 가치에 비해서 기회비용이 크니까요. (저 같아도 IB나 컨설팅에서 받는 연봉 2년 동안 못 받는다고 생각하면 망설일 것 같습니다 ㅎㅎ)

 

이러한 영향으로 다음과 같은 통계가 나옵니다.

Class of 2024 (미국은 졸업 연도로 학번을 칭합니다) MBA 지원자 수가 크게 줄었다는 거죠.

2년짜리 MBA 프로그램 지원자 수 변화입니다. 출처는 WSJ 기사입니다.

차트를 보면 누구나 알 법한 상위 학교들인데 전년도에 비해 지원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0%에서 많게는 25%까지 줄어들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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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상기한 취업 시장의 붐으로 인해 잠재적 지원자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MBA에 2년을 허비(?)할 마음이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도출됩니다.

 

이렇듯 MBA는 점차 "옵션"처럼 취급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 커리어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우선순위에서 점점 뒤로 밀리는 거죠.

 

상술한 바와 같이 타당한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 우선 2년 간 학비와 생활비를 생각하면 엄청난 돈이 듭니다. 최소 $200,000은 들죠.
  • 그런 비용은 보통 대출로 감당하는데 요즘 이자율이 미쳤죠.
  • 거기에 2년 간 돈을 못 법니다. 창업을 하거나 Side job을 하는 이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냥 학생/백수가 되는 거죠. 이러면 기회비용이 학비/생활비 + 높아진 이자 +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이는) 자신의 2년 치 연봉까지 포함됩니다.
  • MBA는 더 이상 희소성이 없습니다. LinkedIn에 보면 비즈니스와 인접한 직군 기준으로 MBA 없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겁니다. 저 같은 사람도 MBA가 있는 걸 생각하면 말 다했죠..ㅎㅎ

이렇게만 보면 MBA의 시대는 정말 끝났구나 싶긴 하죠.

레이 달리오나 제이미 다이먼 등이 MBA 출신으로 성공하던 꿈같은 시절이 끝난 건 확실합니다.

 

하나 저는 아직 MBA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학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MBA 준비할 때 들었던 말 중에 기억나는 게 있습니다.

"이제 MBA가 특별하지 않은 건 맞다. 하지만 그만큼 MBA는 당연히 따야 하는 기본적인 학위가 될 것이다."

이 말에 완전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맞는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WSJ 기사에서도 언급했지만, MBA 졸업생 상당수가 입학 전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그를 통해 졸업 후 2년 내에 투자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고 합니다. (2년 동안 못 번 연봉에 대한 기회비용은 제외)

또 커리어 변화를 추구한다면 MBA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에게는 엄청난 기회죠.

한국에 비해 임금이 높은 미국에서도 MBA는 (직장인으로서) 상위급 연봉을 받게 될 확률이 높으니까요.

커리어적으로 '해외 MBA'가 주는 무게감이 아직은 먹히는 편이고요.

또 기존에 받는 연봉에 따라 다르지만, 장학금을 받게 될 확률도 높습니다. 

거기에 운만 좋다면 미국에 이민 오거나,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거나, 창업을 하는 등등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미국인이 MBA에 적게 지원한다는 건 우리에겐 기회입니다.

가뜩이나 경쟁률이 높은데 미국인이라도 줄어주면 좋죠.

실제로 WSJ에서도 외국인의 지원자 수는 증가했다고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MBA를 따고 싶어 하는 세상은 끝난 지 오래지만, 반대로 MBA 과정이 사라지는 것도 오지 않을 미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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