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생활

슬기로운 미국 직장 생활 - 미국 직장인의 점심식사 문화

by 삼쓰남 2022. 8. 31.
반응형

한국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점심시간쯤 되면 팀원 중 누군가가 "식사하러 가시죠"라는 말을 꺼내곤 했다.

그러면 그것이 신호가 되어 팀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사내 식당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몇 명이든 간에 식사하러 간 사람들과 최대한 같은 테이블에 앉는 것도 당연하게 여겨졌다.

가끔 식당에 늦게 도착해서 자리가 없을 때는 자리가 나는 곳이 없나 기웃거리며 식당 안을 빙빙 돌기도 했다. (웬만하면 나눠 앉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자리를 채워 앉으면 가장 높은 분이 하는 얘기를 듣거나, 그분의 질문의 답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입 다물고 밥을 먹곤 했다.

그리고 가끔 누군가 커피를 사겠다고 하면 (주로 제일 높은 분) 사내 커피숍으로 가서 커피를 얻어먹고 한담을 나눴다.

그게 아니면 사무실로 돌아와 양치질을 하고 점심시간 한 시간을 채울 때까지 슬쩍 졸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곤 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도 그렇고, 기업 문화가 변화하는 중이라 좀 다를지 모르지만 어쨌든 한국은 주로 점심식사를 직장동료와 같이 하면서도 업무 시간과 별개의 휴식시간이라고 여기는 편인 듯하다.

실제로 업무 시간도 8시부터 5시 혹은 9시부터 6시하는 식으로 점심시간 1시간을 포함한 9시간으로 설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네이버 펌: 삼성엔지니어링의 점심 식사라고 한다. 요새는 식판에 담는 게 아니라 개별 반찬을 주는 식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뿐이라 모든 회사의 문화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대략 유사하지 않을까 싶은데.

 

1. 우선 미국은 대체로 점심 식사 시간이 짧다.

만약 구내식당에 간다고 치면 대략 30분 정도를 소비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 일하는 게 보통이다.

명확히 점심식사 시간이란 개념이 없이 알아서 하라는 회사도 많다. (사무직 기준)

이건 워낙 미국의 직장 문화가 성과주의, 결과주의, 자율성 보장이 강해서 그런 것 같다.

점심시간으로 얼마를 쓰든지 말든지 일만 잘하면 상관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들으면 '그럼 점심시간을 2시간 가져도 되겠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반대로 빨리 일해서 성과를 내야지 점심은 무슨 점심이야 하는 분위기가 꽤 만연해 있다.

그리고 점심시간으로 한가하게 한 시간 허비하고 늦게 퇴근하느니 짧고 빨리 먹고 일하고 퇴근하자! 이런 생각도 강하다.

 

2. 식사 메뉴가 단조롭다.

이건 서양 음식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미국인이 먹는 점심은 매우 단순한 편이다.

보통 샌드위치 (+감자칩) 혹은 샐러드가 주된 식사다.

비슷한 느낌으로 버거, 치킨 텐더, 브리또, 포케, 파스타, 피자 한두 조각 등등 한 접시 혹은 한 그릇에 담긴 음식을 많이 먹는다.

딱 보면 알겠지만 한가지 종류의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느낌에 가깝다. (물론 식사량 자체는 많다. 즉, 한 가지를 많이 먹는다. 우리나라 식문화와 참 많이 다른 느낌.)

또 이런 음식들은 자리에 들고와서 먹기도 좋고 남으면 그대로 포장해서 집에 들고 갈 수 있는 편이다.

 

3. 혼자 먹는 일이 흔하다.

워낙 개인주의가 강하기도 하고, 집에서 음식을 싸오거나 특정 음식을 피하거나 하는 사람이 많아서 점심식사는 각자 해결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같은 사무실에 있으면 삼삼오오 모여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거절한다고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다.

 

4. 자리에서 일하며 먹는 경우가 많다.

메뉴가 단순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1번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식사에 집중하기보다 일을 빨리 (그리고 많이)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샌드위치 하나 사 와서 계속 일하면서 끼니를 때우는 것이다.

또 점심시간이라도 미팅이 잡히는 경우가 많아서 미팅룸에서 식사를 하면서 회의하거나 그냥 굶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

점심식사를 위해 일부러 캘린더를 잡아둬야만 하는 경우도 생길 정도다.

그리고 요즘은 줌 Zoom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로 소통하는 일이 많아서 (+ 재택근무) 정말 점심시간이라는 게 존재하질 않는 편이다.

12시쯤 화상회의를 하며 카메라만 끄고 밥 먹으면서 진행하는 경우가 꽤 있다.

 

 

예전에 미국 회사에서 인턴을 할 때 약 두 달의 기간동안 단 한 번도 팀원들과 함께 밥을 먹지 않은 기억이 난다. (간혹 다 같이 나가서 식사한 경우를 빼면)

내가 인턴이라 유달리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팀원들이 서로 식사를 함께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팀 분위기가 안 좋은 것도 아니었고. 참으로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달까.

 

가끔은 한국에서처럼 사람들과 즐겁게(?) 식사를 하던 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나는 미국식이 더 맞는 것 같다.

평일 점심은 일을 잘하기 위해서 허기를 때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일에 집중하는 게 일의 효율에도 그렇고 근무시간을 일분일초라도 줄일 수 있는 점에서도 좋은 것 같다.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다른 점.

미국은 점심식사 후 사내에서 양치질을 하지 않는다. (절대)

이건 냄새가 강한 음식을 안 먹는 면도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공중보건/위생에 대한 관념이 우리나라와 달라서 그렇다. (이 점은 나중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얘기해보겠다.)

어쨌든 한국에선 흔하디 흔한 점심시간 이후 양치질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세면대를 볼 수 없다.

딱 한 번 회사에서 양치질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일본에서 출장 온 일본 사람이었다. (이런 면은 참으로 닮아 있다 ㅎㅎ)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