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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뿌리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넷플릭스 애니 - 훌륭한 비쥬얼과 아쉬운 스토리 전개

by 삼쓰남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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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말에는 공각기동대, 에반게리온, 카우보이 비밥 등 신선하고 훌륭한 SF 애니메이션이 많았습니다. 세기말 분위기가 팽배해서 그랬을까요. 암울한 배경과 더욱 암울한 얘기들이 십 대였던 제 마음을 사로잡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SF물이 잘 없죠. 일본 애니쪽은 이세계 판타지물이나 현대에 벌어지는 판타지물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오랜만에 나온 SF 애니메이션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는 상당히 반가운 작품이었습니다.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을 원작으로 게임보다 약 1년 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게임을 아주 극초반 밖에 안 해봐서 잘 모르는데, 게임 내에 등장하는 배경을 애니메이션으로 잘 옮긴 모양이더군요.

 

 

후술 하겠지만, 작품 전반적으로 작화 및 비주얼이 끝내줍니다.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묘하게 밝은 색감들로 구성되어 있어 강렬하고, 원작 게임의 분위기와도 매우 잘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캐릭터 디자인은 조금 전형적인 면이 없지 않으나 (세상에 완전한 창조가 어딨겠습니까만) 훌륭하게 잘 뽑혔다고 생각됩니다. 여주인공 루시의 경우도 카우보이 비밥의 페이 발렌타인이나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좌 등이 떠오르면서도 나름대로 특색 있게 매력적인 디자인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의 디자인이 너무 평범해서 다른 캐릭터의 개성에 가려지는 면이 약간은 아쉬웠습니다.

음악도 SF, 사이버펑크물 답게 강렬하고 심장박동이 뛰게 하는 구성이 좋았습니다.

이런 면에서 SF의 팬이라면 아주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을 플레이한 게이머라면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지점도 많을 것이고요.

 

외국에서의 평가가 압도적입니다.

 

무려 100%의 신선도!

 

로튼 점수는 무려 100%이고요. 관객 지수도 97%로 매우매우 긍정적입니다.

IMDb 점수는 8.6/10로 매우 준수합니다. 구글 관객 점수도 4.9/5로 엄청 높네요.

 

5를 안 주면 안 될 것 같은 구글 점수

 

그럼 여기부터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이하 엣지러너)의 스포일러를 담은 리뷰를 끄적여보겠습니다.

 

 

이것은 좋았다!

 

1. 완벽한 '사이버펑크' 비주얼

엣지러너의 전반적인 비주얼은 화려한 색감이 주는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블레이드 러너'처럼 무채색의 암울하기만 한 느낌이 아니라, 과장된 화려함이 독보입니다. 이는 작품의 배경인 나이트 시티의 묘사뿐 아니라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드러납니다. 주인공이 입고 있는 노란색 점퍼가 딱 그렇죠.

기존 SF물과는 달리 매우 과장되고 화려한 색채가 오히려 그 이면에 감춰진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대비되어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액션이 펼쳐지면서 튀어 오르는 피도 주인공의 노란색 점퍼에 대비되어 더 진하게 느껴지죠.

캐릭터 디자인이나 무기, 장비 등도 SF 느낌이 잘 살아나게 디자인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조연이지만 레베카 캐릭터의 인기가 엄청 많은 듯 하더군요.

매력이 넘치는 조연 캐릭터 '레베카'

2. 화끈한 액션

SF물이자 누아르물답게 액션이 화려합니다.

액션의 연출 자체는 조금 낡은 느낌도 있긴 한데 (특히 산데비스타 연출은 이게 최선인가 싶은 부분도 좀 있었네요) 적절히 잔인하고 적당히 화끈하다는 면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역시 디스토피아물은 피와 살이 좀 튀어줘야 제맛 아니겠습니까.

쏘고 터뜨리고 박살 내는 정신없는 액션을 좋아하신다면 추천입니다.

 

3. 개성 있는 조연 캐릭터

주요 등장인물의 디자인부터 성격까지 개성이 잘 살아있습니다. 특별히 각 캐릭터의 배경 설명이나 빌드업이 없는데도 그 행동양식이 납득될 정도로 캐릭터성을 확실히 부여해준 점이 좋았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전형적인 설정이라 가능했던 부분이긴 하지만요. (레베카는 전형적인 로리캐, 메인은 전형적인 마초 대장, 도리오는 전형적인 마초(?) 아줌마 캐릭터 등등)

그런데 오히려 조연의 개성이 강하다 보니 주인공인 데이비드와 루시의 캐릭터성이 묻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캐릭터가 아무래도 복잡한 사연을 가지고 있고 작품이 진행되면서 성격이나 행동양식이 발전/변화하기 때문에 딱 이거다 하는 개성이 성립되지 않는 느낌이더군요.

케이퍼 무비에서 전형적으로 나오는 팀 구성 느낌

 

이건 아쉬웠다!

 

1. 조금 아쉬운 주인공의 개성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만, 주인공인 데이비드는 아주 인상적인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뭔가 어중간하다고나 할까요.

초반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습니다. 딱히 반항아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지가 강한 것 같지도 않고, 엄마가 목숨 걸면서까지 해주려고 했던 교육의 기회도 쉽게 내팽게치고, 예쁜 여자(루시) 따라서 갑자기 비행의 길로 빠져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중간에도 다른 조연 캐릭터의 개성에 밀려서 그런지 대단한 활약을 하는 느낌이 안 들고.

후반에 리더가 되어서는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다가 (사이버 사이코가 되는 복선이지만) 막판에는 갑자기 폭주하는..

마치 한 캐릭터 안에 여러 자아가 있는 듯한 갭이 느껴지더군요.

데이비드가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한 것치고는 기업의 사주를 받은 '페러데이'라는 픽서가 시키는데로 군말없이 행동하는 게 주체적인 주인공이 맞나? 싶었습니다.

주인공이 서사를 진행시키는 게 아니라, 서사가 주인공을 끌고 다니면서 이리저리 끼워 맞추는 느낌이랄까요. (운명에 휘둘리는 주인공의 변화를 보여주는 게 의도였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서사가 진행되면서 입체적으로 변모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면 스토리 전개가 이런 부분을 잘 살렸는지 의문이 듭니다.

 

2. 급작스런 전개

본 작품은 10부작입니다. 중간까지는 사이버펑크로서 맡은 바 임무를 해결하는 케이퍼 무비스러운 전개를 보여주다가 6화인가(?)부터 갑자기 암울하게 변화합니다. 6화에는 주인공이 리더이자 형처럼 믿고 따르던 메인이 사이버 사이코가 되어버리는 충격적인 전개가 이어지는 것인데.

충격적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저에게는 그냥 갑작스러운 전개처럼 보였습니다. 5화까지는 아무런 전조도 없다가 (약물을 많이 쓰는 모습이 나오긴 하지만) 갑자기 한 화만에 미쳐버리고 동료도 죽이는 모습에 '엥?'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초반부에 그런 기미를 좀 더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데이비드와 메인의 유대감에 대해 좀 더 상세히 나타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후반부에 리더가 된 데이비드의 행동이나 모든 걸 비밀로 감추려는 루시의 태도도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데이비드는 왜 갑자기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위험을 찾아 나선 걸까요? 혼자도 아니고 리더라면 좀 더 철저하고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니었을지.. 루시는 왜 모든 것을 비밀로 감추면서 혼자서 데이비드를 지킨 걸까요? 데이비드가 '아라사카'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걸 굳이 데이비드한테까지 비밀로 했어야 하는 이유는 뭐죠? (본인 때문에 메인과 도리오가 죽었다는 죄책감 때문일까요? 사실 데이비드의 발암짓 + 메인의 사이버 사이코 영향이 더 큰데..) 

 

3. 막판에 갑자기 어설픈 악당들

메인 빌런인 '페러데이'는 초중반에 상당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죠. 그런데 극의 후반부 가서는 뭔가 어설픕니다. 루시를 제대로 붙잡아두지도 못하고, 위치추적 다 당하고, 마지막에 아라사카에게 내밀 패도 없이 무작정 찾아갔다가 개죽음을 당하죠.

마지막 전투까지 빌드업되는 부분은 전반적으로 다 엉성합니다.

아라사카 쪽은 데이비드에게 그렇게 귀하다는 사이버 스켈레톤을 이식하게 하고는 데이비드가 통제불능일 때를 대비한 대응책을 준비하지도 않았죠. (아담 스매셔를 고용할게 아니라 사이버 스켈레톤에다가 원격으로 정지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는 게 더 상식적이지 않나요? 하다못해 자폭 장치라도...)

페러데이의 술수에 말려든 '밀리테크'쪽도 엄청난 군사력을 자랑하며 등장하더니 빨리 끝내버릴 생각은 하지 않고, 마치 어서 스켈레톤을 이식하라는 듯 갑자기 멈춰 서서 상황을 지켜보죠. (로봇 변신물에서처럼 변신할 때는 건드리지 않는 클리셰인 가요?)

중력장을 이용한 액션이나 아담 스매셔와의 희망은 1도 없는 결전 등 마지막 전투가 매우 훌륭했다는 점을 생각해봤을 때 그 절정으로 이어지는 빌드업이 너무나 어설펐다는 게 더욱 아쉬웠습니다.

 

 

이외에도 스토리와 감성의 간극이 아쉬웠고요. (막판 스토리는 암울한 성인 취향인데, 주인공들의 사고/감성은 10대 이하 느낌 - 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도 아깝지 않아...는 너무 일본 애니식의 유치한 감성이 아닐지)
쓸데없이(?) 튀어나오는 야한 장면들도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청소년 타깃의 감성에 비해 과도한 게 아쉬웠습니다.

 

정리하자면 오랜만에 나온 SF 물로서 완벽한 비주얼과 인상적인 캐릭터들을 보여준 작품으로 시간을 들여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다만 주인공의 조금 유치한 동기 (엄마의 희생, 사회 부조리에 대한 저항 이런 건 모르겠고, 여주를 지키려고 끝까지 간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심경 변화나 급작스런 사건 전개 등은 아쉬웠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나 희망이 1도 없는 암울한 결말이 잘 뽑힌 걸 생각하면 10화의 분량을 조금 더 잘 배치했거나 여유롭게 15-20화 정도로 구성했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습니다.

 

하나의 시리즈로서 완결이 된 만큼 시즌2로 돌아와 같은 세계관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멋지고 기괴한 사건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평점: 3.5

한줄평: SF/사이버펑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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