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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미국에서 한국차의 위상 변화

by 삼쓰남 2022.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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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 판다는 기아 텔루라이드

 

미국에서 처음으로 차를 렌트했을 때 가장 저렴한 걸 달라고 했다.

렌터카 업체에서 내어준 차는 기아 K5(미국에서는 옵티마)였는데 직원이 농담을 건넸다.

 

"난 기아차가 다 쓰레기(Junk) 같다고 생각했는데 옵티마는 괜찮은 차더라. 그러니 걱정 말고 타."

 

내가 기아차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저 어색한 웃음을 짓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아마 내가 한국인인걸 모르거나 기아가 한국 기업이라는 걸 모르고 한 농담이지 않을까.

 

그러고보면 과거에는 한국차의 이미지가 더 안 좋았다.

십 년도 더 된 얘기지만, 여행 중 만났던 캐나다인이 자신의 아버지는 항상 기아차만 탄다고 했다.

그 캐나다인은 기아차는 저렴한 것 말고는 좋은 게 없는데 왜 타고 다니는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내가 기아차는 한국차라고 알려주자 자신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심슨 에피소드(Stolen H)에도 현대차의 이미지가 어땠는지 살짝 알게 되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것도 무척 옛날 거다)

스프링필드 학교에 장학사가 찾아와서 혼다차를 샀다며 자랑하는데 누군가 혼다의 H 로고를 훔쳐갔고,

이를 교장이 현대의 H와 바꿔치기하려다 실패하는 장면이 나온다.

교장이 훔치려고 한 현대차의 H 로고 (혼다와 달리 전혀 닮지 않은 디자인을 보여준다)

그때만 해도 현대는 혼다의 짝퉁같은 이미지가 남아 있었기에 웃기는 에피소드가 된 것이다.

(일부러 혼다랑 비슷하게 보이려고 횬다이라는 발음을 유지했다는 썰도 있으니...)

 

그렇게 싸구려 차량이라고 푸대접을 받아오던 현대기아차의 위상이 최근 사뭇 달라졌다는 느낌이다.

미국 도시 곳곳에서 현대기아의 다양한 차종이 돌아다는 건 물론이고.

디자인도 여느 일본차들보다 나아보이는 경우도 많다.

 

거기에 최근 SUV 열풍을 타고 (미국도 SUV가 아주 잘 나간다)

현대 펠리세이드와 기아 텔루라이드가 엄청나게 팔린다고 한다. 

특히 텔루라이드는 동급 차량 중에 성능 대비 가격이 잘 뽑혀서 한창 피크 때는 딜러에게 웃돈을 줘야 구할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미국에서 유명한 중고차 업체인 Carmax에서 텔루라이드를 검색해보면 더욱 놀라게 된다.

Carmax에서 캡쳐

주행거리가 짧은 차량은 신차 가격과 거의 다르지 않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코로나와 부품 공급 문제로 중고차 값이 치솟았다지만, 이 정도 가격은 텔루라이드가 얼마나 인기 차량인지를 보여주는 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미국에서 여전히 기아차는 조금 저렴한 차량이라는 이미지가 남아 있다.

기업 전략에 따라 그게 꼭 나쁜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정크 소리는 듣지 않아야 하니까.

텔루라이드와 같은 제품을 계속 뽑아준다면 장기적으로 이미지 개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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