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뿌리

영화 호프 : 이상한 레시피로 만든 짬뽕인데 맛있다

삼쓰남 2026. 9. 1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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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영화 호프를 드디어 봤습니다.

한국에서 이미 엄청난 화제를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일으켰기에 보고 싶었는데 미국에서는 이제야 개봉했네요 ㅎㅎ

오징어 게임으로 잘 알려진 정호연 배우가 프로모션 포스터의 메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인이 알 만한 배우를 써야 할 테니까요 ㅎㅎ

 

개봉 첫 주말 오전에 영화를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관객이 들어오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주 작은 크기의 상영관이었는데 절반 정도는 차더라고요. 오전인 걸 생각하면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대부분의 관객이 백인 남성들이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미국의 영화광들이 그날의 주요 관객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넷플릭스 덕에 많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미국인들은 자막이 있는 외국 영화를 보기 꺼려하거든요.

 

우선 현재까지 로튼 토마토 점수는 79%로 상당히 양호합니다.

 

이를 반증하듯 제가 있던 상영관에서도 영화를 보는 내내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관객들이 영화를 즐기고 있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결말 부분은 빼고 말이죠 ^^;)

 

그럼 저의 감상은 어떠했냐?

일단... 재밌었습니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서 2시간 4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즐거웠습니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특히 나홍진 감독의 십 년만의 영화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웃고 즐긴 기분이었습니다.

 

어차피 한국에서는 다들 보셨을 테니 스포일러 포함해서 리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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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

 

우선 좋았던 점을 얘기해 볼게요.

 

모두가 동의하는 첫 한 시간 정도는 정말 끝내주는 경험이었습니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긴장감, 종잡을 수 없는 전개, 곳곳에 배치된 개그, 괴물의 등장과 이어지는 총기 액션 등등

괴물(바미기르)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 전까지는 정말 주먹을 꽉 쥐고 보게 되는, 영화 곡성의 완성도가 떠오를 정도로 훌륭한 전반부였습니다.

물론 후술하겠지만 그 가운데 아쉬운 부분도 있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말 연출/분위기/미술/액션의 찰떡 같은 조화에 멱살 잡혀서 끌려가는 기분으로 봤던 한 시간이었죠.

그리고 그러한 과격한 액션과 종잡을 수 없는 전개가 영화 끝까지 이어진다는 점도 훌륭했습니다. 물론 절정의 즐거움이 너무 앞쪽에 몰려 있는 게 아쉽긴 했습니다만.

 

또 저는 엉뚱한 개그들이 대체로 좋았습니다.

영화에서 화장실 개그가 많이 나오는데 꽤 서양/미국 취향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개그씬이 나올 때마다 백인 아저씨들이 좋아하더라고요.

다행히(?) 저는 그런 화장실 개그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도 낄낄 웃으면서 봤습니다.

흐름이 끊긴다는 지적도 있던데 저는 이 정도 완급 조절은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다만 모든 개그가 재밌던 건 아니었습니다 ㅎㅎ)

 

배우 쪽에서는 조인성 배우가 정말 정말 좋았습니다.

조인성 배우니까 고성기라는 캐릭터가 멋있고 납득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고성기는 너무 만화 같은 캐릭터잖아요. 외계인한테 그렇게 얻어맞고 몇 미터 나무 위에서 떨어져도 멀쩡한... 그리고 갑자기 지구인의 근성을 논하는 ㅋㅋ 대놓고 열혈만화 주인공인데 조인성이 아니었다면 아예 설득력이 없었을 것 같네요.

대체 불가의 최고의 캐스팅이었다고 봅니다. (굳이 생각해 보자면 강동원 배우도 어울리긴 했겠네요)

 

그리고 저는 정호연 배우도 좋았습니다.

등장하는 장면마다 비주얼과 표정 연기에서 알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지더라고요. 대한민국의 좁은 여배우 풀에서 이런 색깔의 배우는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캐릭터를 생각해 봤을 때 달리 어울릴 만한 다른 여배우가 전혀 떠오르지 않네요.

특히 마지막쯤에 고성기가 죽으면서(?) 임성애의 얼굴에 피가 팍 튀는 장면에서의 그 표정과 느낌은 아주 신선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캐릭터가 내뱉는 대사들이 어색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뭐 이건 감독의 의도였으니 배우의 연기력 문제는 아니겠지요. (역시나 고성기처럼 만화 캐릭터처럼, 고지식한 열혈 경찰의 느낌을 주려고 한 것 아닌가 싶네요)

오히려 그런 어색한 연극톤의 대사를 그 정도로 좋은 딕션으로 맛깔나게 소화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음문석 배우도 연기는 아주 좋았습니다.

다만 이 양배라는 캐릭터가 좀 애매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이코패스 같은 놈이고, 소름 끼치는 느낌을 주는 순간도 있었는데 반대로 영화 내에서 어리숙한 면이나 주인공에게 갈굼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하니까 개그캐인지 악당인지 헷갈리는.. 더 좋은 캐릭터가 될 수 있었는데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느낌이었죠.

그러다보니 마지막에 고성기를 죽이는 양배의 선택이 어리둥절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영화 속 다른 인물들은 모르지만, 관객들은 양배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알고 있었다면 (그런 묘사가 되었다면) 그 선택에 소름이 돋았을 텐데 말이죠.

아예 더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는, 영화 추격자의 '지영민' 같은 느낌으로 캐릭터 묘사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이 영화 최고의 연기자는 해술 아저씨 역의 임현식 배우겠지요.

해술 아저씨의 독백 씬에서는 영화관의 모두가 미친 듯이 웃었던, 그야말로 미국인의 개그 코드를 완벽히 관통한 장면과 독보적인 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웠던 점

 

우선 한국에서 지적이 많았던 CG나 욕설은 저는 그냥 괜찮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영화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씨발'이 영어 자막으로는 문장마다 다르게 번역되어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말의 씨발은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뉘앙스로 쓰이잖아요. 번역하신 분이 그 지점을 정확히 이해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대사의 욕설은 (좀 많긴 하지만)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잘 쓰였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했겠지만, 저도 결말이 아쉬웠습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상영관 곳곳에서 "WHAT??!!" 이런 외침이 터져 나왔습니다. (왓 뒤에 욕이 안 나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 ㅋㅋ)

제 옆에 앉아 있던 아저씨는 "이거 뭔 파트원이었어?" 라고 소리치면서 어이없어했습니다 ㅋㅋ

 

저는 이미 유튜브를 통해 대략 어떤 느낌으로 끝나는지 알았기에 갑작스러운 결말 자체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제가 아쉬웠던 건 그 지점에서 영화가 끝난 것 자체가 아닌 마지막 부분의 흐름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어쨌든 액션 영화입니다. (SF, 크리처, 스릴러 뭐 다 섞였습니다만)

제 기준에 액션 영화는 반드시 주인공과 악당이 존재해야 합니다. (개인이든 세력이든) 

알고 보면 주인공이 악당이었다거나, 나중에 둘의 관계가 역전되거나, 혹은 숨겨진 흑막이 드러난다거나 하는 흐름은 있겠지만,

주인공 vs 악당의 구도가 존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둘 중에 하나는 무조건 승리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둘 중 하나가 이기거나 둘 다 승리(즉, 공멸)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되어야 합니다.

승리를 한 뒤 죽이든, 화해하든, 깨달음을 얻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누군가의 승리가 확정돼야 한다는 거죠.

심지어 영화가 끝나고 쿠키 영상에서 죽은 줄 알았던 악당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며 후속편을 예고하는 것도 상관없습니다. 어쨌든 영화 상영 시간 내에 누군가 승리하기만 하면 되는 거죠.

그것이 1~2시간과 돈을 들여서 액션 영화를 보는 관객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액션 영화는 제대로 된 결말이 나지 않은 겁니다. 아니, 앞선 모든 액션 씬이 그 의미를 잃는 겁니다.

 

예를 들면 '터미네이터 3'가 있죠.

그 영화는 주인공 커플이 아놀드 형님을 따라서 인류를 위협하는 스카이넷을 없애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그들은 스카이넷을 없앨 수 있는 방도가 있다고 믿었던 곳까지 우여곡절 끝에 갑니다.

그런데 사실 그곳은 스카이넷과는 전혀 상관없는, 미래에 중요한 그 둘을 살리려는 방공호였음을 알게 되며 끝이 납니다.

주인공들은 살아남지만 목표였던 스카이넷을 없애지 못하고, 스카이넷은 미래에 반군의 핵심이 될 두 사람을 제거하지 못하죠.

즉, 아무도 이기지도 지지도 않은 상황으로 끝납니다.

이게 심리 스릴러 영화였거나 드라마 장르였다면 그 반전이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액션 영화입니다. 관객들은 액션 영화에서 누구도 승리하지 않는 결말을 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건 결말이 안 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왜 이 영화를 본 거야? 지금까지 본 액션들은 그냥 시간 떼우기였고, 던져진 대사와 떡밥들은 그냥 다 헛소리였던 거잖아?" 라는 감정을 갖게 만듭니다.

그래서 터미네이터 3는 시리즈를 관짝에 넣어버릴 정도로 폭망했죠. (물론 결말 말고도 문제가 많은 영화였습니다만)

 

호프의 결말이 딱 그 꼴입니다.

주인공들은 외계인 마베이요를 따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사실 죽이지는 못했죠. (그리고 실상 따돌린 것도 아니죠. 마베이요가 살아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바로 따라올 테니까요.)

마베이요도 (진짜 목적이 뭐였든 간에) 주인공 일행을 사냥하는 데 실패하고 말죠.

둘 다 승리도 패배도 하지 못한 어중간한 상황으로 끝난 겁니다.

이건 액션 영화로서의 결말을 내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터미네이터 3에서는 그나마 여자 터미네이터 제거라도 하는데..)

 

(이종범 작가님의 유튜브에서 듣고 고개를 끄덕인 내용인데)

만약에 호프의 결말이 주인공들이 어쨌든 마베이요를 죽인 것으로 알고 도망치면서 결말이 난 것이라면.

나중에 마베이요가 멀쩡히 일어나서 조르와 대화하는 장면이 쿠키 영상이었다면

이런 미완성의 감정이 덜 들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액션에서는 개연성과 '합'이 아쉬웠습니다.

단지 주인공들의 탄약이 끝없이 나오고, 고성기가 도저히 죽지 않는 부분을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그런 점도 좀 이상하지만 헐리우드 액션 영화라고 생각하면 뭐.. ㅎㅎ)

먼저 바미기르가 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영화에서 나오지만, 바미기르가 호포 읍내를 쑥대밭으로 만든 목적은 (아마도) 사라진 아이 칼리를 찾기 위한 것이었겠죠.

그런데 사라진 아이를 찾는 데 마을을 그렇게 초토화시키는 게 논리적인 행동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인간의 공격을 받아서 흥분했을 수 있다지만, 어린아이가 어디에 숨어 있을지, 갇혀 있을지 모르는데 닥치는 대로 부수고 뚫고 다니는 게 이상하더라고요. 특히 그 아이가 고귀한 신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죠.

어쨌든 무언가를 찾고 있는 행위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무조건적인 파괴 행위를 벌이는 바미기르의 액션은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순찰차와 추격전을 벌일 때 길을 따라서 달리는 게 아니라 지붕에 올라간다든지, 콘크리트 벽을 뚫고 숨었다가 기습한다든지 하는 액션의 변주를 줬다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그냥 단순무식하게 일직선으로 달려와서 계속 유탄발사기 공격을 당하는 게 좀... 

 

마베이요의 액션도 그렇습니다.

솔직히 마베이요가 고성기를 쫓아다닐 이유가 있나요? 그냥 나무 하나 분질러서 (혹은 바위라도 찾아서) 던지면 될 것 같은데. 직접 맞추진 못해도 최소한 길막하거나 말을 놀라게 할 수 있었을 텐데요.

마베이요가 진격의 거인을 보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진격의 거인에서 짐승 거인이 어떻게 했는지 마베이요가 봤으면 고성기는 진즉에 죽었을 듯

 

그리고 액션의 '합'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좋은 액션은 A가 이렇게 행동했을 때 B가 반응하고 그에 따라 A가 대응을 바꾸는 '합'이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예가 전성기 성룡의 영화들이겠죠.

그런데 마베이요가 고성기를 쫓을 때 이 둘은 마치 다른 차원에 있는 것 같습니다.

고성기는 그냥 직선으로 달리고, 마베이요는 지그재그로 달리면서 이유도 없이 넘어지며 고성기를 끝끝내 잡지 못합니다.

추격 대상을 놓칠 때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고성기가 아주 적절하게 말머리를 틀었다든가) 그에 따라 반응과 대응이 달라져야 긴장감이 유지되죠.

고성기가 말에서 순찰차로 넘어올 때도 입을 가로로 벌려서 말과 순찰차를 동시에 노리면 될 것을 굳이 세로로 벌려서 말만 노리다가 놓칩니다.

이 정도면 마베이요가 일부러 고성기를 살려준 게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올 법합니다.

이러다 보니 후반부의 추격전은 너무 길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반복적이고 의미 없게 느껴집니다.

 

반복되는 얘기입니다만.. 후반부의 액션을 외계인의 시선에서 보면 어떨까요?

영화가 막판에 외계인에게 시선과 대사를 부여해서 관객의 시점을 바꾸니까 한 번 그렇게 생각해보는 겁니다.

아주 답답해 뒤지겠죠. 굳이굳이 고성기 하나 잡겠다고 하다가 시간, 에너지만 낭비한 거잖아요.

오히려 도로밖에 못 달리는 순찰차를 처음부터 노리든가. 나무든 돌이든 집어던지든가. 아무튼 아무 생각없이 직선으로 달리기만 하다가 끝난 꼴이죠.

제가 조르였으면 마베이요 뒤통수를 후렸을 겁니다. 저 쪼그만 인간 하나 못 잡는 놈이 뭔 운명을 바꾸네 마네 하고 앉았냐고 말이죠.

 

저는 황정민 배우가 연기한 고범석 캐릭터가 조금 아쉬웠습니다.

황정민 배우의 연기는 물론 명불허전이었습니다만..

이 캐릭터와 찰떡이었는지는 의문이었습니다.

우선 이 고범석이란 캐릭터가 능력이 있는 경찰인지 아닌지 좀 헷갈렸습니다.

마을 할배 할매한테 욕 먹는 거 보면 능력 없는 경찰 같은데

지금까지 황정민 배우가 연기한 경찰들 (특히 부당거래) 이미지 때문에 간극이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양배를 윽박지를 때는 부당거래 속 경찰의 모습이 떠오르던...

헛다리 짚는 거 보면 허당 같다가도 총 쏘는 거 보면 능력 좋은 경찰 같기도 하고.. 그냥 열혈 주인공 타입인 건지 아닌 건지 애매한 느낌이었죠.

그러다 보니 영화의 마지막에 고범석이 하는 표정이나 대사들이 헛도는 느낌이었습니다.

도저히 희망이 없음을 깨달은 주인공의 무력감을 표현하는 건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건지 헷갈리는 느낌이랄까요.

조금 더 둥글고 덜 날카로운 느낌의 배우가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미기르의 눈물 씬... 이건 좀 별로였습니다. 그야말로 몰입을 탁 깨는 장면이었죠.

외계인도 감정이 있다는 걸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장면인 건 알겠는데, 클로즈업에 슬로모션은 좀 뜬금없달까요.

그리고 이건 SF적인 얘기지만, 외계인이 눈물을 흘리는 행위가 인간과 똑같이 슬픔/고통을 표현하는 행위인지는 알 수 없는 겁니다. 우리와 전혀 다른 생명체인데 우리와 똑같은 행동양식을 보일 것이라 판단하는 게 정말 지극히 인간 중심의 사고인 거죠.

아마 하드코어 SF팬이라면 그 장면에서 이 생각을 먼저 했을 거예요. '저 외계인이 눈물을 흘리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왜 동질감을 느끼고 망설이지?' 이렇게 말이죠.

차라리 바미기르가 트럭에 깔려 죽어가는 순간 대사를 읊어 지성이 있는 존재였음을 드러낸다든지, 칼리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른다든지 하는 식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더불어 고범석이 바미기르의 눈물에 망설이고, 칼리의 시체 앞에서 동요하는 모습이 잘 공감되지 않았습니다.

이건 연기력의 문제는 아니고, 그냥 캐릭터 전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범석에게 아이가 있다거나 아이와 관련된 과거 트라우마가 있다거나 하는 서사가 부여되어 있었다면 '아 그럴 수 있지' 하는 느낌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결론

 

아쉬운 점을 장황하게 늘어놨는데 글로 풀다 보니 그렇게 된 느낌입니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영상미와 쫄깃한 긴장감, 화끈한 총기 액션, 적절한 유머, 훌륭한 연기 덕분에 아주 즐거운 영화 감상이었던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제목에 써 둔 것처럼 분명 완성도 측면에서 SF라고 하기도 그렇고, 크리처물이라기엔 부족하고, 코미디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고, 액션 장르라기엔 결말이 흐지부지하고,  등등 좀 이상한 느낌인데... 다 보고 나면 재밌는, 정말 이상한 레시피로 만들었지만 왠지 맛있는 짬뽕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지적한 단점들이 더 잘 보이지 않을까요?

역설적으로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만 진짜 재밌는, 기왕 볼 거라면 극장을 찾으라고 권하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호프를 영화관에서 본다는 기준으로 '수작'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현재 호프는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8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벌써 오백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서술했지만, 미국에서 자막 달린 외국 영화가 이런 성적을 거두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물론 현재 강력한 경쟁작이 없는 기가 막힌 타이밍에 개봉한 덕도 있겠지만요.

과거 영화 기생충이 미국에서 3~4달 동안 오천만 달러를 벌었으니까 호프도 부디 롱런해서 그 이상의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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